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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책가방 소풍 ^*

나의 이야기

by 달마9981 2014. 10. 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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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 이상현의 사는 이야기(5).hwp

달마 이상현의 사는 이야기

 

< 책가방 소풍 >

 

우리 어릴 적 추억 중, 당시 소풍날은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여러분은 맛난 도시락 배낭 대신 책가방 들고 소풍을 간 적이 있는지요? 1968년 영산포2학년 시절 봄날에

나는 말이요, 책가방 들고 보무도 당당히 소풍 떠난 天上天下唯我獨尊~!

 

가난이라는 굴레 덕택에 중학교 1학년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허구한 날 집에서 놀고먹는 게 일이었다.

그야말로 백수 아닌 백수 학생이다. 다행히 어쩌다 돈이 좀 생기면 광주에서 버스나 기차로 가뭄에

콩 나듯이 한 시간 거리 영산포 학교로 통학하였다.

이거는 공부하러 가는 게 아니라, 출석 의무감 때문에 가는 거다.

하긴 허구한 날 결석하니 담임선생님과 아이들도 내가 학교 오고 가는 걸 의식하지 못했을 거다.

 

한 달에 약 10여일 등교 하면 많이 간 거라 여길 정도였으니.

그래도 2학년 초까지는 반 편성되어 올라간 게, 나도 영문을 모르겠다.

분명 학비도 잘 내지 못하고 다녔는데, 아마 담임선생님이 세심한 배려를 해주신 모양이다.

그래도 그 분은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선생님은 호리한 몸매에 항상 인자하신 모습으로 기억된다.

아마 슬픈 눈빛으로 항상 나를 지켜보았으리라.

 

어찌하든, 나는 그 날 책가방 소풍을 결코 잊지 못한다.

한동안 학교를 가지 못했다. 엄니가 어디서 융통한 돈이 생기신 모양이다. 내일은 학교에 가라신다.

측은하게 바라보시는 눈이 뒤통수에 닿든 말든, 난 들뜬 기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 계림초등학교

후문에서 광주역까지 걸어가 통학기차로 학교가 있는 영산포역에 도착, 보무도 당당하게

콧노래를 부르며 학교로 향했다.

 

반겨줄 친구 그 아무도 없는데 발걸음 가볍게 하고 폼 잡고 가는 것이다.

그 날, 수업 시간표나 맞추어 갔는지 궁금하다. 노트는 있었나? 모처럼 가는 학교이니

즐겁기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래도 띄엄띄엄 등교해서 교실에 가면 내 책상, 의자가 나에게 자리를 내어 주었다.

학교 정문에 항상 떡 버티고 서 있던, 무서운 규율부 형들이 없고 학교 옥상 나팔 스피커에서는

계속 즐거운 행진곡 음악이 흘러 나왔다. ? 모처럼 등교하는 날 환영하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뭐냐? 오늘 무슨 날인가 보다.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 손에는 가방이 없다.

뭔가 잘못된 모양이다. 미처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혼자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가는 생각만 했던 것이다.

바로, 오늘이 봄 소풍 일 줄이야!

다들 즐거운 표정으로 룰루랄라도시락 가방을 들고 학교로 향하고 있지 아니한가.

순간, 시간이 멈추고 나만 홀로 썰렁하게 그 자리에 서버린 느낌이었다.

 

이거 그냥 집으로 가버려? 이럴까 저럴까? 하지만 차비가 아깝다.

잠시 망설이다가 일단 교실에 들어가니 모처럼 나타난 나에게 친구들이 막 웃으면서 놀린다.

그냥 웃어버리고 넘어 갔지만 무슨 배짱으로 그랬을까? 창피도 모르고 그냥 신경 끄고 당당하게

운동장에 모여 키가 작으니 맨 뒷줄에 출발했다.

따스한 봄날에, 나는 이색적인 봄 소풍을 갔다.

아주 먼 오래전 68년도 봄날, 그렇다고 학교 점심시간에 먹을 도시락을 싸 가지고 가기를 했나?

식량난에 허덕이다 보니, 굶기를 밥 먹는 횟수와 비슷하다 보니 점심은 생각지도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 날, 아침에 꽁보리밥 도시락을 싸가라는 엄마의 말씀에, 작은 녀석이 자존심은 있어 억지

아닌 억지를 부리며 거부했다.

도착지 다시역 앞 어느 절 마당에 도착하고, 맛있는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친구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서로 둥그렇게 앉아서 도시락을 먹더구먼. 그런데 나는 먹을 짝이 없다.

하도 많이 결석하는 녀석이라 친구가 있나? 같은 반 친구 놈들은 나의 존재는 잊었다.

괜히 온 거야, 아까 걸어올 적에 역전 부근에서 빠져 나와 기차타고 집으로 가 버릴 걸속으로 중얼 거렸다.

 

 

절 마당에 약수샘터가 있었다. 해서 한 바가지 떠서 꿀꺽 꿀꺽잘도 넘겼다.

도시락 대신에 시원한 찬물을 들이켰다. 두잔 째 물로 배를 채우고 있는데,

반 친구가 담임선생님이 날 찾는다고 한다. 책가방을 달랑 들고 나타나,

소풍을 온 나를 선생님의 그 당시 심정은 어떠했을꼬? 유심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선생님이 보자기 도시락을 나에게 건네주신다. 정말, 어찌나 감사하던지.

체면불구 꾸벅 인사하고 얼른 받아 친구들은 다 먹고 난 자리 저쪽으로 가지고 갔다.

하얀 쌀밥과 달걀반찬, 햄이 들어있는 도시락. 정말 모처럼 맛나게 먹었던 진수성찬이었다.

 

담임 선생님, 고마웠어요. 잊지 않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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